지방 소멸

지방 소멸 대응,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의 운용 가능성

nicetiger1417 2025. 8. 10. 11:46

지방 소멸은 단순한 행정 단위의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마을 하나, 골목 하나, 심지어 한 가정 단위에서부터 시작되는 생활 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많은 정책과 예산은 여전히 상위 행정기관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도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의 위기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은 마을 주민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예산을 계획하거나 집행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역 현실을 반영한 문제 해결이 이뤄지기 어렵다.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주민이 직접 의제를 설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구조는 단지 행정의 분권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일이 된다. 소멸을 멈추려면, 마을이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소멸 대응책 : 자치 예산 운용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중앙 집중형 예산 구조

지방 소멸 현상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중앙정부나 광역 지자체 중심의 예산 배분 구조다. 대부분의 지역 지원 사업은 상위 기관에서 정한 기준과 방향에 따라 일률적으로 내려온다. 주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노후된 마을 회관의 수리나, 공동 텃밭 운영, 어르신 건강 체크 시스템일 수 있지만, 예산은 스마트 농업이나 대형 기반 시설에 우선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마을 단위의 현실은 반영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그대로 방치된다. 행정은 속도를 내지만, 삶은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인구가 적은 마을일수록 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결국 주민들은 정책에 무관심해지고, 참여를 포기하게 된다. 소멸은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주민이 제도와 멀어지는 데서 시작된다.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주민이 계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실행해볼 수 있는 여지를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지방 소멸을 늦춘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의 사례

전북 완주의 한 농촌 마을은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마을 내 산책로 조성과 소규모 어린이 놀이터 설치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기반 시설 설치를 넘어 마을 주민들 간의 신뢰가 쌓이고,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도의 한 마을에서는 마을 관광 수익 일부를 지역 청소년 장학금과 고령자 무료 식사 지원 사업에 자율적으로 배분하면서, 주민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크게 상승했다. 이런 사례들은 예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어떻게 쓰느냐’는 점을 보여준다. 수억 원을 들여도 주민의 삶과 무관한 사업은 실패로 귀결된다. 반면, 적은 돈이라도 주민의 필요를 정확히 반영하고, 그들이 주체가 되었을 때 지방 소멸의 흐름은 분명히 늦춰진다. 마을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할 권한만 필요할 뿐이다.

지방 소멸 대응형 자치 예산 운영의 핵심 요소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주민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예산 편성이나 사업 기획은 단순한 행정 기술이 아니라, 지역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구상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 컨설팅, 모의 운영 등을 통한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투명성과 공개성이다. 자치 예산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주민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세 번째는 지원과 자율성의 균형이다. 상위 행정기관은 마을이 자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재정과 제도적 틀을 제공하되, 직접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네 번째는 평가와 피드백 시스템이다. 예산이 집행된 후 그 결과에 대한 주민 평가가 이뤄지고, 이를 다음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를 갖춘다면, 자치 예산은 단순한 제도가 아닌 지방 소멸에 맞서는 지속 가능한 실천이 될 수 있다.

지방 소멸을 막는 ‘작은 단위 자치’의 미래 가능성

앞으로의 지방 정책은 더 작고 더 유연한 단위로 이동해야 한다. 시·군 단위가 아닌 마을 단위, 마을 내에서도 생활권 단위로 쪼개진 미시적 자치 구조가 지방 소멸을 막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예산 배분의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마을 주민이 정책과 행정의 주체가 되어야만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은 참여민주주의의 가장 실제적인 형태이며, 정책의 수요자였던 주민을 공급자로 바꾸는 구조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지방 소멸은 단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흐름이 된다. 행정의 역할은 점점 작아지고, 마을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구조에서 지방은 비로소 자기 힘으로 살아남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작은 자치가 모여 하나의 지방을 구성할 때, 우리는 진짜로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맺으며,

지방 소멸은 삶의 결정권이 마을 바깥에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중앙과 광역 중심의 일방적인 예산 집행 구조를 넘어, 마을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주체가 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자치 예산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이며, 마을 단위의 작은 실험이 모여 지방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더 이상 외부에서 내려오는 도움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변화의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이 살아남으려면, 마을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