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마을에서 일어난 주민 자치 혁신 사례
인구가 줄고, 아이가 없고, 학교가 닫히고, 병원이 떠난다. 이것은 지방 소멸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 속에서도 자발적인 주민 자치와 공동체 참여를 통해 스스로 다시 살아난 마을들이 있다. 행정 주도도 아니고, 대기업 투자도 없이, 주민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내며 마을을 재생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주민 자치의 움직임은 단순한 마을 유지가 아닌, 지역의 자생적 생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현재, 지방 소멸은 전국적인 문제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이 모이고, 공동체가 유지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혁신 사례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실제 지방 소멸 마을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주민 자치 혁신 사례를 통해,
그 구조와 특징,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지방 소멸 위기 속 ‘마을 운영자치’로 되살아난 전남 구례 사례
전남 구례군의 A마을은 인구 80명 남짓의 소규모 고령 마을이었다. 한때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폐교되었고, 청년 인구는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청년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자치 시스템을 개편했다.
핵심은 기존의 이장 중심 수직 구조에서 벗어나, 청년과 고령층이 함께 참여하는 수평적 자치 회의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이들은 마을 내 빈집 현황과 토지 소유 구조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빈집 리모델링 + 공유 주거 + 협동조합 창업까지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실제로 외지 청년 3명이 정착하여 마을 카페와 농산물 포장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마을 소득 일부는 공동기금으로 적립돼 노년층 돌봄에도 쓰이고 있다.
이 사례는 지방 소멸 마을에서도 주민 자치가 실행 가능하며, 정책 없이도 지역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 소멸 대응에서 주민 자치가 효과를 발휘한 이유
왜 행정이 아닌 주민 자치가 지방 소멸 마을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핵심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당사자'일 때만 실제로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주민 자치는 마을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탐색이 빠르고, 시행착오에 대한 수용성도 높다.
예를 들어 충북 제천의 한 마을은 관공서 주도의 귀촌 유치 사업이 실패한 뒤, 주민 주도로 ‘로컬 비즈니스 실험 마을’이라는 정체성을 만들고, 외지 청년을 모집해 공동 창업을 유도하는 모델을 운영했다. 특이한 점은 외지인을 받아들이는 기준과 방식, 체류 지원, 공간 제공 등을 모두 마을 주민 회의에서 직접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단순히 행정 지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변화에 참여하고, 스스로 변화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며,
지역 전체의 정체성과 생존 가능성도 함께 강화된다. 지방 소멸이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의 전략'으로 바뀌는 지점이 바로 주민 자치에 있다.
지방 소멸 마을에서 자치가 실패하지 않기 위한 조건
모든 주민 자치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민 갈등이나 리더십 부재, 외지인과의 충돌, 기금 운영 문제로 자치 모델이 좌초된 지방 소멸 마을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주민 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 공통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마을 안에 다양한 세대와 가치관이 존재하는 만큼, ‘무엇을 위해 자치를 시작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둘째, 갈등 조정과 의사결정 구조의 설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남 산청의 한 마을은 회의 진행자가 외지 청년이고, 기존 주민은 대표단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세대 혼합형 자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지속적인 교육과 외부 코칭이 필요하다. 자치라고 해서 모든 걸 스스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외부 전문가나 중간지원조직과의 연결을 통해 법률, 회계, 기획, 디자인 등 마을에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어야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이런 조건이 갖춰졌을 때 지방 소멸 지역에서도 자치 기반 생존 모델이 현실이 된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주민 자치의 미래 가능성
주민 자치는 이제 단순한 마을 운영 방식이 아니라, 지방 소멸을 늦추고 지역을 되살리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의 자치는 더 이상 ‘이장이 회의 주재하고 행정이 서류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2025년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로컬 거버넌스형 마을 운영 모델’은 주민, 이주민, 전문가, 행정이 함께 정책과 공간을 설계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강원 평창의 한 마을은 주민 자치회를 공식 법인화하고, 마을 예산의 30% 이상을 자체 기획사업으로 집행하고 있다.
이들은 카페, 체험장, 빈집 리모델링 외에도 ‘마을 라디오’, ‘로컬 뉴스레터’, ‘청년 거점 운영’ 등 콘텐츠 중심의 자치 사업을 통해 지역 내 관계 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주민 자치는 단순한 회의 체계를 넘어서 지역 경제, 문화, 생활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진짜 운영 전략으로 진화 중이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미래 전략은 멀리 있지 않다. 마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주체가 되는가, 그것이 핵심이다.
맺으며,
지방 소멸 시대,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전략은 주민 자치다.
전남, 충북, 경남,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주도한 변화는 지역 정책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작동하고 있다. 주민 자치가 성공하려면 공통 목표, 갈등 조정, 외부 연계, 역량 강화가 필수이며, 이것이 갖춰질 때 지방 소멸은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 재생 모델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 지방은 정책을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라, 직접 마을을 설계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이제는 마을이 스스로 해답이 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