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주민 주도 마을계획 사례

nicetiger1417 2025. 7. 11. 06:29

지방 소멸의 근본 원인은 단지 인구 감소나 출산율 저하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권한과 역량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비롯된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지방정책은 중앙-지자체-주민으로 이어지는 일방향 구조였다. 그 속에서 주민은 늘 “정책 대상”이었지, “정책 주체”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지방 소멸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 스스로 마을의 방향을 설계하고, 공간과 인프라, 사람과 관계까지 기획하는 실험적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마을을 다시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주민 주도의 계획이며, 그 자체로 지방 소멸을 늦추는 핵심 전략이자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주민 주도 마을계획의 실제 사례와 구조, 효과를 살펴보며 지방 소멸을 막는 데 있어 ‘설계의 주체가 누구인가’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해본다.

지방 소멸 : 주민 주도 방지책

지방 소멸 지역에서 주민 주도 마을계획이 필요해진 배경

지방 소멸 지역에서 기존 방식의 지역개발은 대부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주민의 일상과 단절된 외부 주도형 개발이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뉴딜, 귀농귀촌 지원사업, 관광 특구 지정 등 수많은 사업이 실행됐지만, 주민의 삶과는 무관한 채 진행되었고 결국 유지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폐기된 사례가 속출했다.

 

대표적으로 경북 A군의 한 마을은 수십억 원을 들여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했지만, 실제 주민 중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결국 2년 만에 단지가 비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실패는 결국 ‘주민이 주체가 아니었던 결과’이며, 지방 소멸이 단지 자원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의사결정권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마을을 설계하는 구조로 바뀌어야만 진짜 생존 가능성이 생긴다.

지방 소멸 대응 주민 주도 마을계획 사례 1 : 전북 완주 삼례읍

전북 완주군 삼례읍은 한때 지방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주민 스스로 마을계획단을 조직해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청년 정착 가능 마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공간 재배치와 예산 활용을 주민 주도로 계획했다. 주민 50여 명이 매주 모여 회의하고, 마을 내 자산, 빈집 현황, 유휴 공간 등을 조사해 마을 공동육아방 조성, 청년 창업 카페 지원, 골목길 정비 및 커뮤니티 공간 재설계 같은 실질적 사업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 사업은 기초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공식 마을계획으로 채택, 3년간 운영비와 전문 코디네이터 지원도 연계됐다. 이 사례는 단순한 주민 참여를 넘어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제안하고, 예산까지 반영한 완전한 자치형 마을계획 모델로 지방 소멸 대응 전략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지방 소멸 대응 주민 주도 마을계획 사례 2 : 강원 인제 북면

강원도 인제군 북면은 인구 1,000명 이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 47%인 전형적인 지방 소멸 위기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주민 협의체와 청년 이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다세대 통합형 마을계획’을 수립해 세대 간 격차와 주민 갈등을 극복하면서도 지역 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폐창고를 리모델링한 ‘마을 커먼스홀’ 운영, 마을 공유 자전거 시스템, 노인-청년 맞춤형 복합 커뮤니티 카페 설계, 이 모든 과정은 주민 설문과 인터뷰, 총회 등을 통해 결정되었고 외부 전문가(건축가, 사회복지사, 지역기획자)는 보조자 역할만 수행하며, 결정권은 온전히 주민에게 있었다. 이런 방식은 정착률이 낮던 이주민들의 거주 연장을 이끌었고, 고령층은 공간의 주체로 다시 참여하면서 지역 자존감 회복 효과도 낳았다. 지방 소멸 지역에서 진정한 회복은 “지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민이 말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주민 주도 마을계획의 핵심 조건

주민 주도 마을계획이 성공하려면 다음의 3가지 핵심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번째, 정보 접근성 – 주민이 마을의 현황, 자산, 법제도, 예산 구조를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데이터 제공과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두번째,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 회의, 제안, 실행 과정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기록과 피드백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참여의 신뢰가 유지된다.

 

세번째, 전문가와 주민의 협업 구조 – 전문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설계한 비전을 전문가가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지방 소멸 시대에는 외부가 설계한 마을이 아니라, 내부에서 나온 그림을 실행할 수 있는 마을이 살아남는다. 정책보다 사람이, 사업보다 관계가, 개발보다 결정 구조가 먼저다. 그래야 마을은 단지 ‘남아 있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의지를 가진 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다.

맺으며,

지방 소멸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마을을 설계하는가다. 이제까지의 정책은 외부 기획자와 행정 중심이었지만, 주민 주도 마을계획은 삶의 주인이 마을의 미래를 직접 결정하는 구조다. 완주, 인제 등의 사례는 이런 구조가 현실에서도 가능하며, 실질적인 정착률 증가와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 소멸은 멈출 수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바꾸는 건 바로 말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주민의 존재다. 이제 마을은 누가 살아가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설계되는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