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매년 늘고 있지만, 현장의 마을들은 여전히 인구 유출과 공동체 해체를 경험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속 불가능한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초기엔 정부 예산과 공모사업으로 마을에 활력이 생기는 듯하지만, 그 지원이 끊기는 순간 다시 정체되고, 심지어 의존성이 커질수록 마을의 자율성과 역량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마을은 ‘자립’을 중심에 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즉, 외부 자원이 아니라 마을 내부 자원, 주민 역량, 지역 경제를 기반으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방 소멸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외부 지원 없이 살아남고 있는 자립 마을들의 실질적인 전략과 구조를 분석해본다.
지방 소멸 위기에서 외부 지원 의존 구조가 가진 한계
많은 마을은 외부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마을 자립성과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농촌 활성화 공모사업으로 일시적 축제나 체험 공간은 생기지만, 운영 주체가 없는 경우 1~2년 내에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강원도 모 산촌 마을은 청년 창업 지원으로 카페를 열었지만, 지속적 매출 구조가 없고, 마을 주민과의 갈등 조정이 되지 않아 6개월 만에 폐업하고 다시 빈 공간으로 돌아간 사례가 있다. 외부 자금으로 돌아가는 마을은 예산 종료와 함께 운영도 종료되는 구조에 갇힌다. 또한 지원금에 익숙해진 주민 조직은 문제 해결보다 예산 수급에만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도 크다. 이처럼 외부 의존형 모델은 지방 소멸을 단기적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장기적인 생존력을 갖춘 구조로 전환하지 못한다.
지방 소멸을 막는 자립 마을 사례①: 전북 진안 군동면
전북 진안의 군동면은 한때 귀농 귀촌 유입이 급감하고 마을 내 빈집이 30% 이상을 차지하던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이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자립 기반 커뮤니티 모델’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주민들은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공동작업장, 농산물 가공소, 마을카페로 재구성했다.
이후 마을의 고추, 들깨, 약초 등을 공동가공해 로컬 브랜드 제품화하고, 주민협동조합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정부 지원금은 최소한만 활용하고, 수익금의 30%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재투자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는 연간 2천만 원 이상 마을 자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 자금을 기반으로 청년 창업자 임대료 지원, 노인 돌봄 활동비 후원 등 내부 복지 시스템도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례는 지방 소멸 대응에서 ‘외부 지원 없는 구조’가 실현 가능하며, 오히려 내부 신뢰와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 소멸 대응 자립 마을 사례②: 경북 영양 입암면
경북 영양의 입암면은 산림 자원이 풍부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이 없었던 한계 마을이었다. 그러나 이 마을은 ‘작은 자원으로 큰 구조 만들기’ 전략을 통해 외부 도움 없이 지역 생존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핵심은 ‘목재 순환 마을’ 프로젝트다. 주민들은 방치된 임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폐목재를 활용해 연료용 펠릿, 가구, DIY 키트 등을 제작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마을 작업장을 운영해 일자리와 교육, 놀이, 생산을 연결한 통합형 자립 공간을 구축했다.
이 마을은 외부 투자나 기업 유치 없이도 자체적으로 연 3천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 수익으로 마을 축제, 공동 식당, 마을 환경 개선 등에 자체 기획과 집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자연 자원, 주민 기술, 공동 기획을 기반으로 한 자립형 마을은 단순 생존을 넘어서 ‘회복하는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지방 소멸의 해법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내부 자원에 기반한 작지만 지속 가능한 설계에 있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자립 마을의 핵심 조건
자립 마을은 단순히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짜 자립은 의사결정, 운영, 자금 순환, 역량 축적이 내부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 핵심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공동 자산화: 유휴 공간, 토지, 빈집 등을 마을 자산으로 등록하고, 임대나 수익사업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② 내부 순환 경제 구조: 생산 – 소비 – 투자 – 복지가 모두 마을 내부에서 돌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③ 참여 기반 운영 체계: 단 몇 명의 리더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청년, 외지인, 여성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기획에 관여해야 한다.
④ 중장기 재설계 능력: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지방 소멸을 늦추기 위한 자립 마을의 핵심은 더 많은 외부 지원이 아니라, 내부 생존 기술의 설계와 확산이다. 그리고 그런 구조를 가진 마을만이 사라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다.
맺으며,
지방 소멸 시대, 외부 지원은 언젠가 끊기고, 그 순간 마을은 다시 무력해진다. 반면 자립 마을은 작은 수익과 느린 성장 속에서도 내부 순환과 주민 주도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완전한 자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마을만이 진짜 생존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작은 자원을 큰 구조로 바꾸는 능력, 그것이 자립 마을의 핵심이자, 지방을 지키는 유일한 전략이다.
'지방 소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주민 주도 마을계획 사례 (0) | 2025.07.11 |
---|---|
지방 소멸 지역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의 현실 (0) | 2025.07.10 |
지방 소멸과 지역 의료 붕괴: 진료소 없는 마을의 삶 (0) | 2025.07.08 |
지방 소멸 시대, 귀촌보다 어려운 ‘정착’의 조건 (0) | 2025.07.06 |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한 지역 농업의 리브랜딩 사례 (0) | 202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