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지방 소멸을 막는 로컬 콘텐츠의 힘

nicetiger1417 2025. 7. 14. 09:16

지방 소멸을 단순히 인구의 감소로 이해하는 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사람이 떠나고 마을이 텅 비게 되는 현상 이면에는 그 지역만의 고유한 이야기, 감성, 기억, 정체성이 ‘콘텐츠화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구조’가 숨어 있다.지역의 문화, 역사, 음식, 인물, 풍경, 사투리, 전설 같은 요소들은 잘만 발굴하고 재구성하면 강력한 생존 자산이 될 수 있음에도,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로컬 자산’은 ‘낡은 것’으로 취급되며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서 배제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변화가 시작됐다. 청년 창작자, 예술가,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지방에 머물며 그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바꾸는 실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로컬 콘텐츠가 어떻게 지방 소멸을 늦추고, 지역의 정체성과 경제를 회복시키는지, 그리고 성공적인 로컬 콘텐츠 모델의 조건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지방 소멸 대비책 : 로컬 콘텐츠

지방 소멸 지역에서 로컬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

지방 소멸 지역은 대체로 ‘이야기 자산’이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기록되지 않고, 발굴되지 않고,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약초 지식, 전라도 어촌의 해녀 작업요령, 경북 산간마을의 공동 장례 문화 등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자적인 생활문화 콘텐츠가 수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로컬 콘텐츠가 상품이나 스토리로 개발되지 않는 한, 지역은 “볼 것 없는 곳”으로 전락한다. 더욱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면 이러한 전통지식과 감성도 함께 사라지며 그 지역만의 존재 이유마저 희미해진다. 결국 로컬 콘텐츠는 단순한 브랜딩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외부에 설명하는 생존 전략이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그 지역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지속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외부에 전달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는 로컬 콘텐츠 사례①: 제주 성산의 마을 다큐 프로젝트

제주 성산읍 온평리는 한때 관광지 외곽으로 소외된 지역이었고, 청년 인구 유출이 급격하게 진행되던 지방 소멸 위험 마을이었다. 하지만 2021년, 청년 영상 제작자들이 이 마을에 들어와 “온평마을 사람들”이라는 다큐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① 70~80대 어르신 인터뷰, ② 오래된 사진 복원, ③ 마을 풍경 촬영 등을 통해 사라져가는 기억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이를 SNS와 유튜브를 통해 외부에 공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역 출신 청년들의 재방문이 늘고, 다큐 영상에 등장한 마을 할머니들이 지역 축제의 주요 콘텐츠로 활용되면서 온평리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마을”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마을 자체가 로컬 콘텐츠의 주제이자 플랫폼이 되어 작은 갤러리, 팟캐스트, 굿즈 제작 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사례는 지역 사람과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소멸을 막는 정체성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 소멸을 막는 로컬 콘텐츠 사례②: 전북 남원의 음식+전통문화 복합 콘텐츠

전북 남원은 판소리, 고전문학, 한식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지만, 그 매력을 현대적인 콘텐츠로 구현하지 못해 관광객 정착률과 청년 유입률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원시는 지역 청년 예술가 및 푸드 디렉터들과 협업하여 ‘춘향愛밥상’이라는 로컬 콘텐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전통 음식 개발, ② 조리과정을 한복 입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재현, ③ 식사 전후로 고전문학 낭독과 짧은 판소리 체험이 포함된 푸드+공연+체험 복합 콘텐츠로 설계되었다. 이후 SNS 바이럴과 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되었고, 현재는 외지 청년 셰프 3명이 실제 남원에 정착해 자체 콘텐츠를 기반으로 로컬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이 사례는 로컬 콘텐츠가 단기 이벤트가 아닌, 지역 경제와 청년 정착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로컬 콘텐츠 전략의 핵심 조건

지방 소멸을 늦추기 위해 로컬 콘텐츠를 활용하려면 단순히 예쁘고 감성적인 영상이나 굿즈를 만드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진짜 콘텐츠는 ① 지역민과 협력하여 기획되고, ② 그 지역만의 고유 자원을 중심으로 설계되며, ③ 외지인에게는 새롭고, 지역민에게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로컬 콘텐츠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록되고, 확장되고, 공유되어야 마을의 정체성이 콘텐츠화되어 장기적인 생존 기반이 된다. 또한 콘텐츠는 단순히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불러오고, 머물게 하고, 연결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콘텐츠란,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살고 싶은 마을의 이야기’를 꾸준히 보여주는 구조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

맺으며,

지방 소멸은 단지 사람이 떠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들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 이유는 결국 이야기다. 그 마을만의 이야기, 감성, 목소리, 풍경이 콘텐츠가 되지 않는다면 그 마을은 기억되지 않고, 선택되지 않는다.


하지만 콘텐츠화된 마을은 다시 주목받고, 방문되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된다. 지방 소멸을 막는 로컬 콘텐츠는 사람을 불러오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