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지방 소멸을 늦추는 마을의 브랜딩 전략: 장소에서 정체성으로

nicetiger1417 2025. 7. 3. 07:16

사람은 단지 땅이 넓어서, 혹은 집값이 저렴해서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머무는 이유는 그 공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수많은 지방 마을은, 물리적 조건은 남아 있으나, 사람들이 살고 싶다는 이유를 만들지 못해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즉,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마을마다 이름은 있어도, 브랜드는 없고, 이야기는 있지만 공유되는 서사는 없다. 2025년 현재, 지방 소멸을 늦추고 있는 일부 마을은 공통적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곳들이다.

 

이 글에서는 왜 브랜딩이 마을 생존 전략이 되었는지,
그리고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삶의 정체성으로 연결되는 브랜딩 전략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지방 소멸을 늦추기 위한 마을 브랜딩 전략

지방 소멸 속도와 브랜드 부재의 상관관계

지방 소멸은 단지 인구가 줄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지 못하는 지역에서 인구는 빠르게 빠져나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40대 청년층의 순유출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해당 지역에 대한 브랜드 인식도와 정체성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A군의 경우, 관광자원이 많고 자연경관도 뛰어나지만, 외부에 알려진 고유 이미지는 거의 없고, 청년 유입 정책도 "자연이 좋습니다" 수준의 추상적 메시지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강원 정선이나 전북 고창처럼 ‘슬로우 라이프 도시’, ‘고창 유기농 브랜드’ 등 명확한 로컬 브랜딩을 가진 지역은 인구 감소율이 낮거나 되레 귀촌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 소멸 속도는 브랜딩 유무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며, 단순한 공간 제공보다 ‘공간에 담긴 정체성’이 생존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브랜딩 전략 ①: 지역 정체성의 재발견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지역 고유의 정체성 재발견이다. 많은 마을이 자신들의 가치를 외부에 설명하려 할 때,
너무 보편적인 언어나 단순한 경관 소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짜 브랜딩은 마을 안에 이미 존재하는 고유한 이야기를 꺼내어, 그것을 정체성으로 세워가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경북 봉화는 '작은 숲속 출판 도시'라는 콘셉트를 세우고, 빈집을 리모델링해 북카페, 출판 워크숍 공간, 책방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외부 방문자들도 단순한 관광이 아닌 ‘생활 체험’에 몰입하게 된다.

 

이처럼 지역 고유의 역사, 자연, 산업, 인물, 실패담조차도 브랜딩 자원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을 중심으로 공동체 내부의 자긍심이 회복될 때, 외부에도 강한 인식과 매력을 전달할 수 있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핵심은 결국 "우리는 어떤 마을인가?"에 대한 선명한 서사에 있다.

지방 소멸 대응 브랜딩 전략 ②: 브랜드를 공동체와 연결하라

브랜드는 로고나 문구로 끝나면 실패한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진짜 브랜딩 전략은, 브랜드를 마을 공동체와 결합하는 것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완주의 한 마을은 ‘함께 사는 로컬’을 슬로건으로 삼고, 청년, 농민, 예술가, 이주민이 함께 브랜딩 위원회를 꾸렸다.
이 위원회는 마을 내 생산품, 공간, 콘텐츠, 행사 기획에 브랜드 철학이 일관되게 담기도록 설계하며, 외부 투자자나 창업자가 들어오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한다.

 

그 결과, 마을 주민 스스로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자각이 생기고, 외지인 유입도 단순한 거주자가 아닌 브랜드 지지자이자 참여자로 기능하게 된다. 지방 소멸 지역일수록 공동체 내부가 먼저 정체성을 공유하고, 그 철학 위에 공간과 사업, 생활이 구축될 때만 지속 가능하다.

 

즉, 브랜딩은 단기 홍보가 아니라 장기 공동체 구축 전략이어야 하며, 지방 소멸을 막는 진짜 도구는 ‘같이 사는 이야기’를 브랜드로 만드는 힘이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브랜딩 전략 ③: 장소에서 정체성으로의 전환

지금까지 많은 지역은 ‘장소 중심’ 브랜딩에 머물러 있었다. 즉, 경치가 좋다, 특산품이 있다, 맛집이 있다 등 일회성 소비 중심 접근이 많았다. 하지만 지방 소멸을 늦추려면 ‘정체성 중심 브랜딩’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체성 중심 브랜딩은 그 마을에 사는 이유,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외부인이 들어왔을 때 느끼는 감정까지 아우른다.

 

예를 들어 제주 성산읍의 한 마을은 ‘비건 라이프 실천 마을’을 브랜드로 세우고, 비건 요리 워크숍, 제로웨이스트 장터, 친환경 주거 실험 등을 운영하며 단순한 자연 소비형 마을이 아닌 삶의 철학이 있는 마을로 인식되고 있다. 이 마을은 관광객보다 체류형 거주자가 더 많고, 외부 기업도 철학에 공감하는 브랜드만 입점이 가능하다.

 

이처럼 장소의 기능을 넘어서,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설계한 마을은 지방 소멸을 늦추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지속 가능성을 갖는다. 공간이 아닌 정체성이 머물게 한다, 이것이 K-로컬 시대 브랜딩의 핵심이다.

맺으며,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물리적 공간보다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마을이 ‘남아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살길을 모색했지만, 이제는 ‘살아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을을 재설계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늦추는 브랜딩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 고유 정체성의 발견,
② 공동체 중심 운영 구조,
③ 장소가 아닌 철학 중심의 설계


사람은 공간에 살지 않고, 의미에 머문다.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을마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 정체성을 삶과 정책, 공간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