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소멸은 단순한 행정 단위의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마을 하나, 골목 하나, 심지어 한 가정 단위에서부터 시작되는 생활 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많은 정책과 예산은 여전히 상위 행정기관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도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의 위기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은 마을 주민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예산을 계획하거나 집행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역 현실을 반영한 문제 해결이 이뤄지기 어렵다. 마을 단위 자치 예산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주민이 직접 의제를 설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구조는 단지 행정의 분권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일이 된다..